〈김희준 서울대 교수·화학〉 신문에 보도된 금년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소식을 통해 일반인들은 평소에 생소한 단어들을 접했을 것이다. 물리학상은 ‘쿼크’들 사이에 작용하는 강한 핵력을 설명한 업적으로 그로스, 폴리처, 윌첵에게 수여되었고, 화학상은 세포 내에서 ‘유비퀴틴’이라는 단백질의 기능을 설명한 로즈, 치카노베르, 헤르슈코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쿼크와 유비퀴틴은 물리학과 화학의 특성을 극명하게 나타내준다. 쿼크는 물질의 궁극적 단위인 소립자이고, 유비퀴틴은 약 3만개의 쿼크들이 모여 만들어진 복잡한 단백질 분자인 것이다.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에 보면 우리와 다른 어떤 우주는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해지는 식으로 되어 있고, 또 다른 우주는 더 재미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속한 우주는 단순한 데서 복잡한 데로 나아가게 되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인간은 약 1백조 곱하기 1백조개의 원자들이 뭉친 복잡한 존재이다. 우주가 단순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노벨 물리·화학상 두 주제- 1백37억년 전 빅뱅 우주에서 생긴 쿼크는 단순의 극치이다. 현재 우리가 아는 한 우리 주위의 모든 물질을 쪼개 나가면 더 쪼갤 수 없는 쿼크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김춘수의 꽃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1백37억년 동안 하나의 몸짓으로 존재해왔던 쿼크는 1963년에 겔만이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우리에게로 와서 우주의 기본 입자로 자리 잡았다. 겔만은 쿼크의 발견으로 196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쿼크들은 강한 핵력으로 뭉쳐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만든다. 입자들이 멀리 떨어지면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이나 전자기력은 약해진다. 그런데 강한 핵력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강해져서 쿼크들이 양성자와 중성자를 벗어나지 못하게 붙잡아 주는 신비한 힘이다. 그로스, 폴리처, 윌첵은 상식을 벗어나는 이 힘을 설명해서 자연의 4가지 힘을 통합하는 길을 열었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뭉쳐 다음 단계의 복잡화를 거치면서 탄소, 질소, 산소, 인 등 생명에 핵심적인 원소들을 포함해서 100여종류의 무거운 원소들을 만든다. 다음에는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원자들이 뭉쳐서 아미노산을 만들고 아미노산들이 뭉쳐서 유비퀴틴 같은 단백질을 만들어 세포활동에 사용된다. 유비퀴틴은 쿼크-양성자/중성자-원자-아미노산-단백질로 이어지는 복잡화의 산물인 셈이다. 그리고 보면 입자의 입장에서 쿼크가 단순의 극치라면 유비퀴틴은 복잡의 극치이다. 유비퀴틴은 분자량이 약 8,600인 단백질이다. 유비퀴틴에는 양성자나 중성자가 8,600개 정도 들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양성자에는 업쿼크 두개와 다운쿼크 한개, 중성자에는 업쿼크 1개와 다운쿼크 2개가 들어 있다. 양성자나 중성자 모두 3개의 쿼크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유비퀴틴에는 쿼크가 약 2만6천개 들어 있는 것이 된다. 우리 몸에서는 DNA에 들어 있는 유전정보로부터 수천, 수만 종류의 단백질들이 만들어져서 생명을 이어간다. 그동안 대부분 과학자들은 세포에서 단백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금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은 역할을 마친 단백질들이 어떻게 분해되어 재활용되는가에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 단백질 분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또 하나의 단백질인 유비퀴틴을 발견한 것이다. -단순·복잡양극의탐구조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그래서 우주와 생명의 역사는 뭉치는 역사이다. 생명을 향한 뭉치기는 강한 핵력을 통한 쿼크의 뭉치기로 시작되었다. 그렇게 출발한 우주는 태양계의 일부인 푸른 행성 지구상에 생명을 탄생시키고, 생명은 진화를 거듭하여 인간을 만들어냈다. 복잡성을 더해서 말이다. 그 중에는 자연에 드러난 우주적 원리에 관심을 가진 과학자라는 특수한 집단이 있다. 물질세계 기본 원리의 단순화를 추구하는 물리학자와 물질의 변화에 내재하는 복잡화를 탐구하는 화학자를 탄생시킨 우주의 단순성과 복잡성에 다 같이 찬사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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