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초전박살>수완으로 흥한자 수완으로 망한다
공희준 칼럼, 2010-01-29 오전 07:35:24
1. 역사에는 라이벌 또는 비교급이 존재한다. 김구와 이승만이 그렇고, 박정희와 김일성이 그렇고, 김대중과 김영삼이 그렇고, 친노세력의 주장에 의하면 노무현과 이명박이 그렇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 사례를 더 추가하고 싶다. 고건과 유시민, 혹은 유시민과 고건이다.

일반적으로는 정동영과 유시민 또는 유시민과 정동영을 라이벌이나 비교급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건 정동영 씨에 대한 엄청난 찬사이자 유시민 씨를 향한 터무니없는 모욕이다. 정동영 씨에게 유시민 씨만큼의 수완이 있었더라면 오늘날과 같이 민주당사 주위를 유랑민처럼 맴도는 처량한 처지는 되지 않았으리라.

유시민 씨는 정말 수완이 좋다. 오죽 수완이 좋으면 경향신문 사설이 그를 일컬어 다른 건 몰라도 수완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이라고 혀를 내둘렀겠는가. 그렇다면 수완(手腕)이란 과연 무엇일까? 국어사전에 의하면 ‘일을 꾸미거나 치러 나가는 재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완이라는 단어는 공적 이익을 위해 일을 꾸미거나 치러 나가는 것보다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일을 꾸미거나 치러 나갈 때 쓰이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이순신 장군이 수완이 탁월해 왜군함대를 격파했다고는 하지 않듯이 말이다.

유시민 씨가 또 지역구를 옮겼다. 소리 소문 없이 대구에서 방을 빼서 수도권으로 돌아왔다. 경기도→대구→서울로 이어지는 그의 화려한 발놀림은 보는 이의 찬사마저 자아내게 한다. 한데 아무도 그를 욕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그건 수완이다. 지역구 한 번 옮겼다가 천하의 죽일 놈이 되어버린 정동영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유시민은 지역구와 함께 소속 정당 역시도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자주 바꿨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에서 정치한다는 사람들 치고 그와 한 지붕 아래 있지 않은 이들을 찾기가 몹시 어려울 게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는 모두 ‘유시민계’인 것이다. 유시민 씨가 지역구와 당적을 강남아줌마 자식새끼들 입시학원 순례하듯이 수시로 옮겨 다닌 덕택이다.

진보진영에서 오지랖 넓기로 정평이 자자한 인물이 프레시안 김종배 씨와 시사인 고재열 씨다. 김 씨와 고 씨 등의 대표적 강남좌파들까지 잦은 지역구 이동과 숱한 당적 변경에 대해 침묵하게 만든 걸 보면 유시민의 수완이 참으로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한 잘못된 정책들에 친노세력은 전혀 반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우리나라의 경제주권을 중대하게 손상시킬 위험이 크다. 금융위기에 대한 안전장치를 완전히 제거할 가능성이 높다. 그토록 정신없는 짓거리를 저질러놓고도 여전히 진보진영의 행사에 태연히 얼굴을 내밀 정도면 부르는 작자들이나 부른다고 가는 위인들이나 죄다 얼굴이 탱크다. 안면에 깔아놓은 철판의 두께가 상상을 불허할 지경이다. 인간들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야권후보를 단일화한답시고 급조한 이른바 ‘5+4’ 모임에서 한미FTA와 관련해 친노세력이 보여준 자세는 적반하장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정세균의 오른팔 강기정 의원은 그 문제는 아예 다시는 꺼내지 말라는 투다. 국민참여당의 정책위의장으로 있는 노항래라는 이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식이디. 이게 백낙청 교수나 함세웅 신부 같은 이들이 애지중지 아끼는 친노세력의 현실인식 수준이다. 누구 집에 남는 뒷방 있으면 백 교수나 함 신부께 연락드렸으면 좋겠다. 앞으로 푹 쉬시라고.

2. 우리는 흔히 정직하지 않은 사람을 숨 쉬는 거 빼고 다 거짓말이라고 비아냥대곤 한다. 어쩌면 유시민씨는 이미 그 단계마저 뛰어넘었는지 모른다. 그가 숨을 쉬면 실제로는 호흡을 참는 것이고, 그가 호흡을 삼키면 비로소 숨쉬기를 재개했다고 해석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유시민 씨는 최근 들어 새로운 형태의 수완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성숙한 척, 신중해진 척하면서 구름 위를 노닐고 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진보적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진보매체들에 책을 선전한다. 나도 그의 수완을 따라하는 의미에서 여유 생기는 대로 광고 좀 해야겠다.

유시민 씨가 진중한 자세를 취하겐 된 동기는 아마 현재의 지지율을 지키기 위함일 게다. 그러기에 수완이 좋지만 능력은 없다는 거다. 유시민 씨를 축구에 비유하면 경기시작 1분 만에 상대팀 실수로, 곧 상대의 자책골로 운 좋게 재수로 어영부영 한 골 넣고서 곧바로 시합 끝날 때까지 전원수비 태세를 고집하는 형국이다.

유시민 씨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겨준 전직 대통령을 ‘수난의 노무현’이라고 한다면 챙길 것 다 챙기면서도 있는 생색은 다 부리고 있는 유시민 씨를 ‘수완의 유시민’이라고 칭하고픈 이유다. ‘수난의 노무현과 수완의 유시민’보다는 ‘처세의 고건과 수완의 유시민’이 훨씬 잘 어울리는 한 쌍 아니겠는가. 애들 말로 밸런스 적절한. 우리나라 포털사이트 운영자들이 개념이 있다면 유시민의 연관검색어로 노무현이 아닌 고건을 띄워야 마땅한 까닭이다.

유시민 씨만큼 사방팔방 거미줄을 쳐놓은 인사를 꼽으라면 실컷 고민해봐도 고건씨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고건 씨는 박정희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대를 이어 벼슬살이를 하고 있다. 유시민이 정당판의 고건이라면 고건은 관료사회의 유시민이라고 하겠다. 유시민씨가 경상도가 고향인 청년층 사이에 유독 인기가 많은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터. 유시민씨야말로 길고 가늘게 살고픈 사람들의 로망이기 때문이다. 노량진에 한 번 와보시라. 공무원이 되어 길고 가늘게 살려는 영남 출신 젊은이들로 시끌벅적하다. 고향을 배신한 대가로 호강을 누리려는 호남의 보수반동적 퇴물들한테 처세의 달인 고건 씨가 귀감이 되는 현상과 마찬가지 이치다.

지금 민주당에서는 열심히 친노세력 뒤치다꺼리하면 노무현의 후계자가 되는 줄로 착각하는 정세균 씨와 안희정 씨가 유시민의 경쟁자들을 신나게 제거하고 숙청하는 중이다. 이미 몇 번이나 지적한 듯싶다. 친노세력에게 남은 건 개혁성이 아니라 지역적 편향성뿐이라고. 아무리 애써봤자 안희정이나 정세균이나 영남 태생이 아닌 이상 6두품 신세에 불과하다.

경상도 출신 아니면 전부 개털!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참여정부가 남긴 초라한 성적표다. 정세균과 안희정이 피바다를 만들면 유시민은 산뜻하게 무혈입성한다. 이건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는 기적이 아니다. 숟가락 하나로 천하를 평정하는 얌체짓의 극치다.

대한민국의 진보진영과 개혁세력에는 유시민 씨만한 수완가가 당분간은 출현하지 않을 전망이다. 유시민 씨의 꿈은 이루어진다. 그 꿈을 위하여 민주당은 피바다가 되어야 하고, 그 피바다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서민대중들은 사이비 진보와 가짜 개혁세력에게 또다시 헌혈을 빙자한 무지막지한 흡혈을 당해야 한다.

최후의 승리자로 우뚝 설 수완의 대가 유시민 씨와, 그의 고향 선후배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수완으로 흥한 자 수완으로 망한다는 사실을 명심해달라는 것이다. 어차피 승리는 당신들의 차지가 될 테니, 대한민국 서민대중은 당신들의 출세와 부귀영화를 위하여 또다시 기꺼이 피를 빨릴 각오가 되어 있을 테니 이제부터는 제발 얄팍한 수완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능력과 지혜를 키우는 일에 노력해주시기 바란다.
2010-01-29 오전 07:35:24 © kookm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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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태, “유시민은 사이비 노무현 계승론자”
[133호] 2010년 03월 31일 (수) 16:04:51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유시민 전 장관은 민주당 처지에서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관계이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유 전 장관은 ‘입바른 소리도 싸가지 없이 한다’는 정서가 짙게 배여 있다. ‘다른 사람은 괜찮아도 유시민만은 안 된다’는 일종의 이심전심이 있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도 유 전 장관을 “짝퉁 노무현”, “사이비 노무현 계승론자”라며 비판했다. 조 의원은 “유 전 장관의 대구 출마를 강력히 바란다. 그게 노무현 정신이다”라고 말했다. 무언가가 가득 적힌 종이 한 장을 들고 자리에 앉은 조 의원은 유 전 장관의 경기도지사 출마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정치인은 어디든 출마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을 하면서 특정인의 이름을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사IN 백승기
조 의원은 “(유 전 장관은)18대 총선 때는 무소속으로 대구에 출마했다가, 2010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참여당을 만들어서 서울로 나갈 것 같이 했다. 그러다 결국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황당하다. 유 전 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앞세우고 있지만, 도통 그가 말하는 노무현 정신이 뭔지 모르겠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을 앞세워서 자기 정치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신을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통합’이라고 정의하며, 유 전 장관도 자신이 생각하는 노무현 정신을 명확히 하고 그에 대해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조 의원은 1996년부터 민주당 후보로 부산에서 4번 출마하고 2번 떨어진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유 전 장관의 ‘서울·경기 출마설’이 나올 때, 설마 했다. (유 전 장관이) 노무현 정신을 이으려면 낙마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대구에서 뛰어야 한다. 조경태도 부산에서만 20년째 출마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자신의 출마를 정치공학이 아닌 것처럼 그럴 듯하게 포장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동료 의원이나 주변 정치인과의 관계에도 ‘정치’가 필요한 국회의원으로서 센 발언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 의원은 정치인 말의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쓴 소리를 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나 정치인은 사인(私人)이 아니다. 관계를 생각해서 할 말을 안 할 수 있나. 이 모든 게 당에 대한 애정이다”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그동안 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각을 세워왔다.한나라당 성향이 강한 지역구 정서를 감안한 정치적 행보라는지적도 있다.

“유시민은 서울시 부시장으로 ‘이해찬의 길’을 가는게 옳다”
[133호] 2010년 04월 02일 (금) 11:11:43이숙이 기자 sook@sisain.co.kr

지난해 3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1년 만에 복귀했다. 민주당의 강원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이 의원을 만나 출마 여부와 친노 진영의 분열 등에 관해 물었다. 인터뷰는 3월23일 이뤄졌다.

지난 2월에 출판기념회를 했고, 요즘은 강원도를 돌고 있다. 정계 복귀를 한 건가?
정계 은퇴가 아니고 국회를 떠났던 건데…. 어쨌든 정치 전면에 다시 나서는 건 1년 만이다.

복귀한 이유가 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서 절망감 같은 게 많았다. 또 노 대통령 묘역이 너무 정비가 안 되어 있고, 대통령이 하고자 했던 친환경 오리농법이나 화포천 살리기의 뜻이 어느 정도 이어지도록 기초를 닦는 게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농촌 지역구도 해봤고, 여사님을 비롯해 가족에 대해 나만큼 아는 사람도 없고 해서. 그 일이 굉장히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국민이 도와주셔서 빨리 안정이 됐다. 한편에서는 한 석이 아쉬운데 뭐 하느냐고도 하고, 지역구에서는 여기만 있으면 어떡하느냐고 질타하시고. 그래서 이 엄중한 국면에 내가 할 일을 하는 게 도리겠다 싶어 올라왔다.

ⓒ시사IN 백승기
이광재 의원(위)은 유시민 전 장관이 ‘한명숙 당선’을 도운 후 서울시 부시장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원도지사에 출마하는 건가?
지역구 의원이 된 후 1년에 10만km씩 다니면서 정말 강원도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그러면서도 ‘짝사랑 아닌가’ 하기도 했는데, 내가 구속되고 나서 강원도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분이, 그것도 농사철에 서명해주신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정치가 황량한 것만은 아니구나’ ‘이분들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다시 한번 맘을 먹었다. 하지만 내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나은 후보를 모시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엄기영 전 MBC 사장 얘기일 텐데, 엄 전 사장은 서울시장에 더 관심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서울시장은 한명숙 전 총리로 가는 게 좋다. 나라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서울시는 좀 더 안정감 있는 경영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조순 시장, 고건 시장 때처럼. 난 한 전 총리가 무죄판결이 나올 거라고 본다.

서울시장은 한 전 총리로 굳어지니까, 엄 전 사장은 강원도지사로 나오라는 얘긴가?
예전에 중앙부처의 1급 이상 강원도 출신 공직자 모임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서로가 강원도 출신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 그만큼 강원도 사람이 강원도 사람을 잘 안 챙긴다. 피해의식도 크고. 엄 사장은 그런 면에서 비교적 강원도를 챙기려고 하고, MBC에 있을 때도 그런 노력이 보였다. 게다가 엄 선배랑 나는 평창으로 고향이 같다. 나는 평창에서 태어나 정선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원주고를 나왔고, 엄기영 선배는 태백에서 초등학교, 평창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춘천고를 나왔다. 엄 선배랑 내가 힘을 합치면 강원도로 봤을 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문제는 본인 의사다.
힘을 합치기를 희망하거나 합칠 거라고 본다.

힘을 합친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얘긴가? 엄기영 후보에 이광재 선대위원장?
견마지로를 다하겠다.

‘이광재 후보-엄기영 선대위원장’도 가능한가? 이 의원이 선거에 나가면 이 의원 지역구의 재·보궐 선거 후보로 엄기영 카드가 거론되기도 하는데.
현재까지는 그건 생각을 안 해봤다. 어쨌든 엄 사장이 좋은 일꾼이라고 생각하고, 이 나라의 질식할 만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견제 세력을 키워야 한다.

한나라당에서도 엄기영 접촉설이 나온다.
엄 사장이 한나라당이 추천한 방문진 이사들에게 쫓겨났는데, 지금 그쪽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이었다면 모를까. 나한테 (엄 전 사장이) 누차 한 이야기도, ‘바른 언론인의 길을 가겠다’였다. 내가 2006년도에 도지사를 권했을 때도 그랬고. 그가 한나라당 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런 구애에도 엄 전 사장이 망설인다면 뭔가 이유를 댔을 것 아닌가?
언론인을 하다 정치를 택하는 게 과연 바른 길인가 하는 데 대한 고민, 그리고 정치라는 게 험난한 여정으로 들어서는 건데 쉽게 결정내릴 수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지식인이라면 나는 희생을 좀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인의 영달 문제가 아니다. 정치를 하는 것이, 도지사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시장 후보가 되는 것이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지식인의 사명인 순간도 있다.

언제까지 설득할 건가?
4월까지면 된다. 엄 사장이 인지도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그때까지 안 되면 본인이 출마하나?
회피할 생각은 없다. 강원도가 어렵다. 태백 같은 데는 한나라당 지지도가 50%를 훨씬 넘는다. 그런데도 지난번에 보니 당은 한나라당 찍고 사람은 나를 찍어서 압도적으로 이기게 되더라. 어려운 건 틀림없지만 피할 일은 아니다.

박연차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가 나왔다. 출마하기 부담스러운 상황 아닌가?
2심 공판이 4월에 진행되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인 건 맞다. 하지만 박연차 회장의 주장대로라면 내가 대여섯 차례 10억원 정도를 거절했고, 돈을 주는데 안 받으려고 해서 옷장에 넣어놓고 나갔다는데, 나는 무죄가 날 거라고 본다. 한 전 총리는 의자가 유죄일 거고, 난 옷장을 기소해야지(웃음). 대한민국에서 특별검사 임명해서 조사한 게 여섯 번인데, 그중 두 번을 내가 받았다. 중수부 조사를 받고 특검 받고, 특수부 조사를 받고 특검 받고. 만약 내가 부정한 게 있으면 그때 이미 죽었을 거다. 그런데 다 살아남았다.

이번 지방선거의 전선은 무엇이 될까?
이번 선거는 여당도 어렵고 야당도 어렵다. 우선 여당은 전체적으로 잘한 게 없다. 경제만 해도 서민은 굉장히 어렵다. 작년에 가계부채가 40조원 발생해서 다들 빚을 내서 사는 심각한 상황이다. 또 하나, 여당은 일을 할 수 있게 지방선거에서도 힘을 실어달라고 하는데, 국회 3분의 2 이상 의석과 전국 지자체 90% 이상을 가지고 있는데 힘을 어떻게 더 실어줄 수 있겠나. 야당이 어려운 점은 (여당을) 심판해달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족하지만 견제가 필요하다’ ‘부족하지만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 ‘부족하지만 4대강을 막아야 한다’로 가야 한다. 이번에 국민이 여야에 (광역단체장을) 반반씩 나눠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양쪽 상품을 비교할 수 있고, 저쪽 가게 갈 거 같으면 더 열심히 하고.

정세균·손학규·문재인을 대선 후보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어서 민주당이 약하다고 보나?
정동영 의원이야 이미 앞서가는 후보라고 볼 수 있고, 정세균 대표는 2003년 이래 우리가 모든 재·보선에서 완패했는데 어쨌든 최근 보궐선거 두 번을 승리로 이끌어낸 데다 사람들 사이에 ‘대가 좀 부족하지만 사람은 선한 것 같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고(웃음), 손학규 전 대표는 민주당에 +α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데다 수원 재·보선 불출마 등에서 처신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고, 문재인 전 실장은 기본적으로 진보 세력을 묶어낼 수 있는 토양을 가지고 있는 데다 국민 사이에 문재인이라는 사나이에 대한 호감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런 지도자들이 서로 경쟁하고 도와주면서 커갈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사람은 혼자 크지는 않더라.

문재인 전 실장은 부산시장도 적극 고사하고 있는 것 아닌가?
난 문 실장이 부산에 나오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아서 전국을 다니며 지원 유세를 하는 게 더 낫다.

선거를 앞두고 친노 인사들이 분열하고 있다.
가슴 아프다. 국민참여당 인사들이 회군해서 민주당과 합쳐야 하고, 민주당도 확실한 양보가 있어야 한다. 몇 가지 짚을 게 있다. 먼저, 지금 상황이 1990년 3당 합당 직후와 매우 유사하다. 당시 거대 여당이 생기고 민주주의가 질식할 만한 상황이 왔는데,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노무현·김정길·홍사덕·이기택 등이 참여한 꼬마 민주당. 현재 국민참여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쟁쟁한 멤버들이었는데, 1991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천명이나 되는 후보를 낼 방법이 도무지 없었다. 당시 기획위원장이었던 노 전 대통령이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스타 군단이라는 사람들이 정당을 만들어 지방선거에 임하면 함량미달 인사를 많이 공천하게 되고 우리 이미지가 일거에 무너지게 된다. 선거에 지고 야권 분열의 책임까지도 뒤집어쓰게 된다.

3김 청산이 옳지만 눈물을 머금고 통합하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거대 여당에 맞서 대의를 이루려면 차이를 강조하기보다 통합을 선택하는 게 옳다. 그게 노무현 정신이다. 두 번째는 1995년에 조순 서울시장이 탄생함으로써 결국은 정권 교체의 기반을 만들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한명숙 총리를 시장으로 만드는 건 절체절명의 과제다. 당시 조순 캠프에서 기획팀장으로 일할 때 ‘조순 시장-노무현 부시장’ 카드를 제안했다. 조 선생님이 좋다고 해서 노 전 대통령에게 “만날 떨어지니까 부시장 먼저 하고, 조순 시장이 물러나면 그 다음에 시장을 하고 그렇게 안정적인 길을 갔으면 좋겠다”라고 했더니 며칠만 생각해보자더라. 그러고선 며칠 후 “참 매력적인 자린데, 난 부산으로 갈란다”라며 고사했다.

그래서 다음 카드로 이해찬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발표했던 건데, 그게 노무현한테 배워야 할 점이라고 본다. 유시민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보인 분이고 정치에서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처칠은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네루는 <세계사 편력>을 썼고, 인도의 한 대통령은 인도 철학사를 써서 밀리언셀러가 됐다. 그런 면에서 유 장관은 장점이 많은 지도자다. 그런 분이 진정으로 노 대통령의 길을 가려면 노무현처럼 대구시장에 출마를 하든지, 아니면 한명숙 총리를 도와 이해찬의 길을 가는 게 옳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 선대본부장을 맡아 당선시킨 후 서울시 부시장으로 들어가 복지 서울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긴 호흡으로 대권에 도전하는 게 노 전 대통령 뜻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통합이 먼저고.

야권 연대가 결렬된 데 유시민 변수가 큰가?
너무 크다. 회군해야 한다. 당을 만들면 당의 논리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지금은 한명숙 총리가 백척간두에서 한 보를 내딛는 순간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나 정당사에서 아주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한 총리를 돕는 게 유시민 장관이 큰 틀에서 성숙하고 희망 있는 대선 후보로 성장하는 길이다.

유 전 장관은 어떤 단일화 방식이라도 수용하겠다는데, 민주당이 너무 배타적이지 않은가?
김진표 후보가 되면 민주당 후보는 전부 2번으로 통일이 가능한데, 기호 8번이 되면 2번과 불일치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유시민 장관이 경기도지사로서 성공하는 것보다 전체 대오가 성공하는 게 중요하고, 나중에 유시민 지도자가 베이비붐 세대의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으려면 이번 기회에 감동을 주면 좋겠다.

출마 선언 전에 친노 진영 안에서 그런 이야기가 오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참여당을 만들 때, 한번도 (참여) 제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을 특정 정파가 점유해 다시 한번 외롭게 할까봐 두렵다. 안 그래도 절체절명의 고독 속에서 돌아가셨는데.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 바람이 불까?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자기만의 정책적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는, 포지티브한 방식이 옳다. 노 전 대통령하고 지난 20년간 함께했는데 의원회관 방에 가면 노 대통령 사진이 한 장도 없다. 같이 찍은 사진이 6장도 안 된다. 진정으로 노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보다 마음속에 다짐을 하는 게 옳다. 그게 노무현을 외롭지 않게, 왜소하지 않게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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