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정사회에서 이명박은 예외인가?
- 역설의 덫에 걸린 경인 4적,이명박-유명환-김태영-현인택
김상일 칼럼, 2010-09-08 오후 12:25:02
소역설과 대역설

이명박, 유명환, 김태영, 현인택을 두고 ‘경인4적’ 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4적들이 지금 모두 역설의 덫에 걸려있다. 덫에 결려 수명을 재촉하고 있는 데 그 중 유명환은 수명을 단축하고 말았다. 아직 셋이 남아 있는데 이들도 언제 그 날이 올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태영의 역설은 국가 안위가 걸릴 만큼 중차대하다. 북한이 기뢰로 천안함을 공격했다면 군형법 22조에 의해 지휘관이 경계를 소홀이 한 책임을 지고 사형을 당해야 하고, 만약에 안 했다면 거짓말을 한 책임을 져야 하는 역설에 결려 있다.

만약에 3적들 유명환, 김태영, 현인택이 다 낙마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인물들을 임명한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하는 역설에 걸리게 된다. 만약에 자기 부하들이 걸린 역설을 소역설이라면 이명박의 그것은 대역설이라 할 수 없다. ‘역설의 역설’을 대역설이라고 해두자. 소역설만 희생시키고 문제를 야기한 장본인인 대역설은 무사 안전지대에 있다면 이것이야 말로 역설의 역설이다.

과거의 예로 보아서 역설의 덫에 걸린 정치인들은 제 수를 다하지 못하고 말았다. 역설의 덫에 걸려 어려움을 겪은 정치인들은 거의가 대권 후보자들로서 명망이 있는 자들이다. 김대중, 김영삼, 이회창, 이인제 등 이들의 정치생명을 좌지우지한 것은 다름 아닌 역설이었다. ‘역설’ 과 ‘모순’은 같으면서 다른데 이점부터 알아보자. 창과 방패 사이인 것이 ‘모순 矛盾’ 이다. 창은 공격용이고, 방패는 방어용이다. 이 창으로는 모든 방패를 무찌르고, 이 방패로는 모든 창을 막을 수 있다고 할 때 이를 두고 ‘모순’ 이라고 한다.

그런데 만약에 이 창으로는 모든 것을 무찌르고 동시에 모든 것을 막기도 한다고 하면 이는 역설이다. 마찬가지로 방패가 동시에 공격도 하고 방어도 한다면 이는 역설이다. 자기가 자기를 언급해 상반된 주장을 동시에 말하게 될 때에 이를 일러 ‘역설’ 이라 한다., 불교에는 자기 말을 자기가 어긴다고 하여 ‘자어상위 自語相違’ 라고 한다. 예를 들어 부처가 직접 말했다고 하는 ‘만물은 변한다 諸法無常’ 라고 말하는 순간 그러면 이렇게 말하는 말 자체도 변하느냐 고 하면 이런 경우가 자어상위인 경우이다.

대통령의 ‘자어상위’

이명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운영의 기조로 강조한 '공정사회론' 란 말이 지금 자어상위가 되어 여권의 발등을 찍고 있다.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 구현을 천명한 후 20일만에 무려 4명이나 낙마하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상전의 말에 의해 명줄이 줄줄이 끊기고 있다. 자살골이란 자기 팀의 선수가 자기 골문에 공을 집어넣는 것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자살골의 명수가 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공정사회’ 란 말의 자어상위에 걸릴지 모른다. 경인년은 ‘MB 자살골’ 의 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경인 4적들이 올 가을 추풍낙엽같이 될지도 모른다.

정치인들은 궁지에 몰릴 때 마다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든다. 그런데 그 카드가 역설에 걸리게 한다는 것이다. 실로 현대사에서 자어상위로 자살골을 넣은 지도자들의 수는 예외가 없을 정도로 수난을 당한다. 그러나 김대중 같은 분은 자어상위에 오히려 덕을 보고 정치 생명을 유지할 수도 있었다.

김대중과 김영삼의 역설

김대중은 ‘정치안하겠다’ 고 말 해 놓고는 자어상위 역설에 걸리고 말았다. 그런데 김대중은 ‘정치안하겠다’는 말을 자꾸 반복해 말함으로서 결국 이 말의 말이 정치화되고 말았고 결국 그는 정치 현장에 다시 나와 정치를 재개하게 되어 대통령까지 하였다.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와 달리궁지에서 내 뱉은 말이 오히려 그 말을 한 사람의 뒷다리를 물귀신 같이 잡고 늘어짐으로서 정치 생명을 이어갈 수 없게 한다.

그러나 김대중은 자어상위를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정치를 안 하겠다면 '정치 안하겠다' 는 말 자체도 하지 말아야 할 터인데 그 말을 자꾸 함으로 그 말이 정치가 되고 말았다. 그의 정적들은 그 말을 무시했어야 할 터인데 오히려 김대중의 말에 휘말려들게 되었고 결국 그것이 정치화 되고 말아 김대중의 재등장은 차라리 자연스럽게 되어버렸다.

다음 김영삼 역설이다. 김영삼 역시 정치적 궁지에 몰려 ‘성역 없는 사정’ 이란 말을 하자 말자 자어상위에 걸리고 말았다. 즉, 자기의 최측근인 최형우가 이 사정의 망에 걸려들고 말았다. 결국 김영삼은 최형우를 정치권에 밖에 내 쫓을 수밖에 없었고 최형우는 그 이후 지금 까지도 정치권 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말았다. 다음은 자기의 아들 김현철 자신이 성역 없는 사정권 안에 들어오고 말았다. 결국 김영삼은 자기 아들마저 성역의 재단에 내다 바칠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이회창의 역설이다. 이회창도 대권 후보 시절 궁지에처해 ‘법대로’ 란 말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제일 먼저 법망에 걸려든 대상이 바로 자기의 아들 김정현의 병역 비리였다. 결국 그는 ‘법대로’ 란 말의 자어상위 때문에 대통령에서 두 번이나 낙선하고 말았다.

다음은 ‘이인제의 역설’ 이다. 이인제는 ‘경선불복’ 이란 역설에 걸렸다. 이회창과의 경선에서 불복하고 나와 국민당을 만들었다. 그런데 막상 자기가 만든 국민당 안에서의 경선에선 경선불복을 금지하였다. 이것은 초등학생에게도 귀감이 되지 않는 것으로서 그의 정치인으로서 이미지에 치명타를 가하고 말았다. 당시 한 신문의 칼럼의 말을 들어 보자.

“자라나는 아이들이 본받을까 걱정이지만 자신이 창당하는 신당에서도 경선불복이 나온다면 그 때 이씨가 무어라고 말할지 궁금하다.”(동아 남중구 칼럼 1997.9.20)

MB 역설의 파괴력은 곤파스 보다 강할 것이다.

이렇게 과거 역대 정치인들이 걸린 역설을 반추하고 그 결과가 어떠했던 가를 살핀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 역설 발언의 귀추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우리는 '공정한 사회'라는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공정한 사회야말로 대한민국 선진화의 윤리적 실천적 인프라"라며 "앞으로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사회'라는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우리 사회의 윤리와 도덕성을 강조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도 "공정한 사회는 우리 모두의 상생을 위한 것"이라며 "공정한 사회라는 화두를 우리 사회에 깊이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라고 이 대통령의 주문에 힘을 실었다.

특히나 이번에 사퇴한 이들 모두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하반기 국정을 끌고 갈 이 대통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부담 정도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생존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역대 다른 대통령과 달리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의 브랜드를 ‘이명박정부’ 라고 까지 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혹은 ‘참여’ 가 아닌 ‘이명박 정부’ 말이다. 그 만큼 그의 각료들의 역설은 이명박 자신의 역설인 것이다. 역설의 위력이 곤파스보다 더 하다는 사실을 14년 전으로 돌아가 더 알아 보자.

“조조 화살 조조가 쏠수도”

강삼재란 정치인을 기억할 것이다. 그가 일찍이 동교동계에 속해 있다가 동교동계를 떠나 김대중 죽이기 특급 저격수로 돌변했다간 1995년 8월 합리적 진보주의자로 자처 김영삼씨의 총애를 받고 신한국당의 사무총장으로 발탁되었다. 그는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고 김대중 20억 플러스 알파설로 김대중씨에게 일격을 가하였다.

그러나 그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합리주의자로 첫 상처를 입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물러서지 않고 1997년 10월 이번에는 이회창씨를 위해 김대중 비자금설을 폭로하면서 지난 2년간 김대중씨의 금고를 샅샅이 뒤졌다고 하면서 재차 공격을 김대중씨에게 하였다. 그러나 제시한 물증은 국민회의측이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1억원짜리 수표 사본 한 장뿐이다.

역설적이게도 강삼재씨는 이회창씨와도 헤어지면서 김대중 비자금 폭로는 이회창씨가 시켜서한 것이라고 발뺌을 하였다. 그리고 이회창씨와 다시 화해한다고도 한다.

동아일보 김종심 칼럼은 “이 엄청난 의혹의 진상은 꼭 밝혀져야 한다. 누가 철없는 불장난으로 정치를 더럽히고 누가 부도덕한 돈을 알마나 숨겨놀고 있는지 이번 기회에 낱낱이 가려내야 한다. ...집권당 사무총장이 남의 뒤나 캐며 무차별 폭로나 일삼는 행태는 정치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라고 하면서 “조조의 화살이 조조를 쏜다는 속담이 있다. 강삼재의 화살이 강삼재를 쏠 수도 있다”고 했다.(동아일보 1997. 10. 11)

“요즘은 중이 제머리 깎는다”

유명환의 딸 이외에도 외교부에는 이런 공직자 자녀들이 6-7명 더 있다고 한다. 1997년의 일이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들이 스스로 추천해 노른자위 직책을 스스로 찾아나간다고 했다. 1997년 9월 6일 단행된 차관급 인사에서 이근식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이 재임 2개월여 만에 내무부 차관으로 영전한 것을 두고 세인들은 중이 제머리 깎는 시대가 바야흐로 왔다라고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들이라도 제머리 제가 깎지는 않는다. 즉, 반장 투표에서 자기가 자기를 찍지는 않는다. 아니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을 닮아서 제머리 제가 깎는다고도 한다.

1996년 말 개각에서 이근식의 전임자인 김종민 비서관 역시 문화체육부차관으로 승진해 나갔기 때문에 ‘공직기강비선관=차관 대기자’ 등식이 어느듯 김영삼 정권 내부에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 밑의 공직기강비서관은 대통령의 인사를 위한 주요인물들의 기록 관리와 추천등 이른바 ‘인사존안’ 업무를 맡고 있다. 공무원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자리이다. 전직 장관마저 후배인 공직기강비서관에게 깍듯이 절을 해야 할 자리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자리를 거친 사람들 중 4명이 차관으로 승진하고, 1명이 지역구 공천을 받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김혁규 경남 지사는 민선제가 실시되기 전에 차관급인 경남지사로 나갔고, 김무성씨(현재 한나라당 당대표)는 내무부차관을 거쳐 신한국당 의원이 됐다. 그가 지금 한나라당 당대표 자리에 올라 있으니 제 버릇 개줄까? 김무성이 이 번 이명박 역설을 어떻게 간수하는 지 우리는 14년 전 그의 행각에서 주의 깊게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바야흐로 때는 중이 제 머리 깎는 시대에 진입하였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안에서 일부 양식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자격 여부와 관계없이 스스로 추천해 승진하는 것은 문제가 많은 것이 아니냐”며 “중이 제머리 못 깎는다는 말은 이제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한마디씩 하고 있다고 한다.(󰡔한계레 신문󰡕 1996년 9월 7일)

우리는 무려 14년 전 신문을 읽으면서 세상이 이렇게 어찌 하나도 안 변했는가 하고 한숨짓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자기 내각의 사람들이 자기가 한 말 때문에 줄줄이 낙마 혹은 명줄이 끊어지는 것을 보고 국민들은 지금 모두 시선을 대통령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과연 대통령은 자기가 한 말에 자기 자신은 걸리는 것이 없는가 하고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은 공정 사회 사정에서 예외라고 지하 벙커에서 안도하고 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투시경으로 지하 벙커 내부를 투시하고 있다.

공정한 사회에 벌써 일관성을 잃고 있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 왜 김태호와 다른 장관 후보들은 낙마 시키면서 조현오 서울 경찰청장은 임명을 했는가이다. 공정사회 건설의 논리에 맞추어 대통령은 그렇게 할 만한 이유를 일관성 있게 설명해 내어야 한다.

거듭 8.15 경축사를 상기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사회'라는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동생은 대통령, 형은 국회의원인 나라 안에서 어떻게 구상하는 공정사회가 이루어질지 사람들은 매우 의아해 하고 있다.

빌라도 같이 되시렵니까?

불교는 부처의 말 속에 들어 있는 자어상위를 해결하기 위해 불굴의 노력을 하였다. 깨달음은 없다. 불교의 2500 년 역사는 이 역설과의 씨름이 있었을 뿐이다. 기독교는 신의 아들이 사람의 손에 잡혀 죽었다고까지 말해가며 인간들에게 역설 해결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를 고행의 길 혹은 십자가의 길이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 자신이 고행의 길을 감당할 각오나 되어 있고 경축사를 했는지 아니면 비서관이 써 준 글을 읽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자어상위에 걸리게 되었는지. 그래서 지금쯤은 청와대 안에서 한 말을 후회나 하고 글을 쓴 비서관을 질책이나 하고 있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기독교 장로 대통령이라면 기독교식으로 역설해법의 길을 걸어야 한다. 십자가를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이 지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대통령은 빌라도 같은 행동만 하고 있는 것 같다. 남에게 책임을 전가 시키는 행위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조현오를 당장 해임해야 한다. 형님은 거세하고 영포라인은 끊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공정사회 원칙에서 이명박은 예외인가?(전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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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8 오후 12:25:02 © kookm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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