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작은 차이, 큰 차이
입력: 2005년 06월 23일 17:53:59
: 4 : 1

〈김희준/ 서울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석가모니가 인생을 생로병사의 고해라고 한 것을 보면 생명이 있는 한 질병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조건인 모양이다. 또 예수가 3년이라는 짧은 공생애를 통해 많은 병자를 고쳤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질병에서 벗어나는 것도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질병 치료에서 산업혁명에 비견될 정도로 획기적인 일이 바로 오늘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질병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바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겠지만 과학의 발달에 따라 질병 치료의 패러다임도 달라진다. 천연물에 의존하는 첫 단계에서는 푸른곰팡이에서 얻은 페니실린이나 식물로부터 추출한 키니네 같은 약물이 수많은 목숨을 구했다. 아스피린도 원래는 버드나무 가지에서 추출한 물질이다. 다음 단계에서는 약효를 가진 천연 물질을 화학적으로 대량 합성하거나 변형을 가해서 약효를 향상시키게 된다. 1970년대에는 인슐린이나 성장 호르몬 같은 단백질 계열 약품을 성장이 빠른 박테리아가 대량으로 생산하게 하는 유전공학이 등장했다.

-줄기세포 또 하나의 희망-

이런 물질들은 대개 세포 내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면서 단백질 기능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약효를 나타낸다. 이런 식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라면 아예 건강한 세포를 새로 자라게 해주는 것이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건강한 세포를 자라게 해주려면 필요한 조직으로 분화할 가능성을 가진 줄기세포를 심어주어야 한다. 나무에서도 줄기가 여러 가지로 갈라져 나가듯이 건강한 줄기세포는 척수, 췌장 등 필요한 조직으로 자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세포인 것이다.

장기이식에서는 장기를 제공하는 측과 장기를 제공받는 사람 사이의 유전적 차이 때문에 면역학적 거부 현상이 문제가 된다.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물질(異物質)로 치부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과 다른 동물은 물론이고 사람 사이에서도 마음 놓고 장기이식을 하지 못한다. 사람과 침팬지는 약 1%의 유전적 차이가 있고, 개인 간의 유전적 차이는 0.1 내지 0.01%라고 한다. 언뜻 생각하면 0.01%라면 아주 작은 차이다. 그렇지만 그 작은 차이 때문에 장기이식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아주 큰 차이가 된다.

줄기세포를 이용할 때도 유전적 차이는 마찬가지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로즐린 연구소의 윌머트 박사가 만들어낸 돌리가 복제 양이었던 것처럼 배아복제 연구는 사람 이외의 다른 동물세포로 하는 것이 쉽다. 생명윤리 문제 때문에 사람의 난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의 하나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질병 치료에 적용하려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가 많더라도 인간의 유전 정보를 가진 줄기세포가 바람직하다. 1년 전에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서울대 황우석, 문신용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그래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말 바람직한 일은 환자 자신의 세포와 유전적으로 완전히 같은 줄기세포를 얻는 것이다. 0.01%의 차이 때문에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장기이식이 자유롭지 못한 것과 같은 이유로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세포로부터 만들어낸 줄기세포를 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면역학적으로 위험이 따른다. 작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지 불과 1년 만에 황우석 교수가 주도한 연구진은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장기이식 새 전환점 맞아-

난자의 DNA를 100% 환자 자신의 세포에 들어 있는 DNA로 대체한 후 그 배아세포를 줄기세포로까지 키워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1년 전에 비해 성공률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이 줄기세포가 환자의 몸에서, 예컨대 골수로 분화하게 된다면 새로 자란 골수 세포는 유전적으로 100% 그 환자의 세포가 될 것이다. 황우석 교수는 이제 반환점을 돌아섰다고 했다. 성경에서나 보았던 앉은뱅이가 일어나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99.99%와 100%의 작은 차이가 가져온 커다란 차이가 될 것이다. 인류사에서 한 획을 긋는 엄청난 기적과도 같은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내 눈으로 보게 된다면 나는 평균수명 연장의 의미를 거기서 찾으려고 한다.




최종 편집: 2005년 06월 23일 17:53:5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