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목사. 감리교 목사인 그는 유교와 불교, 노장 사상을 두루 섭렵했다. 또 그는 아동문학가다. <이아무개 장자 산책> <이아무개 목사의 금강경 읽기> <이현주 목사의 대학 중용 읽기> 등은 그가 펴낸 책이다.

13일 저녁 창원 소재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강당. 그는 "생명사랑, 생명존중의 정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단상을 마련해 놓았지만 치워버리고, 앉은 사람들과 같은 바닥에 서서 말했다.

이현주 목사.
ⓒ 윤성효
인권대학

이 목사는 "교회에 가서 설교해도 왜 그렇게 단상을 높이 해 놓았는지"라고 한 뒤 "내려와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금 더 가까이에서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말은 서로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통해야 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참 이야기를 했는데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머리로 들어와서 알게 된 지식은 가슴으로 빨려든 것에 비하면 수명이 얼마 안 간다. 미안하지만 교실에서 들었던 내용은 기억나는 게 없다. 그런데 선생님 말씀 하시던 태도나 강의 외적인 것이 마음에 더 남아, 제 인생에 상당히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무슨 내용의 강연을 할까. 그는 '다 아는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흔한 것이 가장 소중하다'고 했다.

"다 아는 이야기를 왜 하느냐. 우리가 밥을 먹으면 몇 시간이면 다 없어진다. 그런데 매일 먹는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다시 씹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흔한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 우리는 희소가치라고 해서 얼마 없는 것이 아주 귀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가장 흔한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

"금이 중요하나 쌀이 중요하나. 살아가는데 쌀이 훨씬 더 중요하다. 쌀이 없으면 죽는다. 금이 없다고 해서 죽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은 사람한테 소중한 것을 가장 흔하게 만들어 놓았다. 별로 소중하지 않는 것을 아주 조금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금보다 쌀이 훨씬 많다. 물이 쌀보다 더 중요하니까 더 많은 것이고, 물보다 공기가 더 중요하니까 공기가 더 많은 것이다. 정말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알아야 한다."

또 그는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나중인 것을 알아야 한다"거나 "사물에는 시작이 있으면 마침이 있다"고 말했다. 생일날에는 낳아 주신 어머니가 더 중요하고, 돈보다 돈을 쓰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씨를 뿌리면 뭐가 먼저 나오나. 흔이 싹이라고 말하는데 아니다. 뿌리가 먼저고 그 다음에 싹이 나온다. 생일은 내가 태어난 날인가 어머니가 나를 낳은 날인가. 어머니가 날 낳았기에 내가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생일날 보면 자기가 주인공이다. 어머니는 나를 있게 한 존재고 나는 있는 존재다. 생일날 자식이 주인공 노릇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머니는 원래 뿌리와 같아서 땅 속에 감춰져 있는 것이다. 안 보이는 게 있어서 보이는 게 존재하는 것이다. 어떤 게 더 중요하고 먼저인가. 안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역으로, 안 보이는 것은 무시당하고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생일날 내가 주인공이고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뿌리를 망각하는 것이다. 마치 내가 먼저고 어머니가 나중인 것처럼 생각한다."

"돈이 소중한가 돈 쓰는 사람이 소중한가. 사람이 먼저다. 지금 돌아가는 세태를 보면 돈이 먼저다. 돈 때문에 사람을 쉽게 배신하고, 심지어 어머니 아버지를 죽인다. 친구를 하루아침에 등진다. 이권에 개입하면 안면몰수다. 이것은 거꾸로 살아가는 것이다. 덜 소중한 것을 더 소중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금이 쌀보다 소중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현주 목사는 어린 아이한테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린 아이들은 싸우다가도 금방 친구처럼 지낸다. 어른은 한번 싸우면 10년도 간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처럼 될 수 없을까"라며 "너와 내가 구별되지 않았으면 한다. 누가 아파 병든 것은 내 고통이고 누가 신나면 바로 내가 그런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진의 한 교회에 있을 때 학교에서 열린 체육대회 때 본 광경을 소개했다. 그는 "평생 잊지 못한다"고 했다.

"아이가 1학년에 입학했는데, 가을운동회에 오라고 해서 갔다. 1학년 다섯 명이 달리기를 하더라. 다섯 명이 뛰어 1~3등까지 상을 주었다. 무심코 구경하는데, 유별나게 잘 뛰는 아이가 있더라. 중간에 뒤따라가던 여자 아이가 발에 걸려 넘어졌다. 그 아이는 울었고, 다른 아이들은 뛰어가더라. 그런데 맨 앞에 가던 남자아이가 뒤를 돌아 울고 있던 아이를 보며 멈칫 하더라. 그러더니 넘어진 아이한테 달려가서 일으켜 세워 같이 절뚝거리며 걷더라. 둘은 꼴찌를 했다. 30년도 넘은 이야기인데 아직도 머리에 남아 있다. 내가 그 학교 교장이었다면 그 녀석에게 최고상을 주었을 것이다. 추측컨대 아마 그 남자아이는 집에 가서 엄마한테 혼났을 것이다. 엄마는 네 밥도 못 찾아 먹는다고 했을 것이고 이 험한 세상에서 그렇게 해서 어떻게 살려고 그랬느냐고 했을 것이다."

30년 전 기억을 더듬은 그는 "1학년이니까 가능했다. 3학년만 해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교육이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친구가 넘어졌는데 보고도 모른 척하고 달려가서 1등 하는 것보다 뒤돌아가서 같이 꼴찌로 들어가는 게 아름답지 않나"라며 "그런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때 이후로 경쟁이란 단어는 내 사전에 없다, 없애버렸다. 흔히 '선의의 경쟁'이란 말을 하는데, 선의의 경쟁은 펄펄 끓는 아스팔트와 같다. 다툰다는 것 자체가 병들게 만든다. 다투지 않아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 이후로 내 기억에는 한 번도 다투지 않았다. 자리를 다투지 않았고 상을 한 번도 받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렇게 산 게 고맙게 생각한다."

이현주 목사는 예수 이야기를 했다. '은총의 집'이란 뜻을 가진 베네스타 연못에 대해 말했다. 연못 속에 물이 움직일 때 들어가면 어떤 병도 낫게 하는데, 단 '맨 먼저 들어가는 한 사람'한테만 해당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그 연못 주변에는 병든 사람들이 몰려들어 물이 움직일 때를 기다렸다. 예수님이 나타나 38년간 병석에 누워 있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낫고 싶다는 생각보다 '물이 움직일 때 내보다 먼저 들어간 사람이 누구냐'고, '그 어떤 사람도 나를 물에 맨 먼저 넣어주지 않았다'며 다른 사람들을 원망했던 것이다. 낫고 싶다는 생각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던 것이다. 그게 무슨 은총의집이냐. 하나님의 은총은 그런 게 아니다."

그러면서 '선착순 논리'와'무한경쟁'에 대해말했다.

"선착순의 논리가 판을 치는 곳이 군대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텔레비전에서 담화 발표하는데, '바야흐로 세계는 무한경쟁의 시대로 들어갔다'고 하더라. 그 단어를 처음 들을 때 쇼크였다. 경쟁만 해도 그런데 무한경쟁이라니. 한도 끝도 없이 경쟁한다는 말이고, 어떻게 하든 이겨야 한다는 논리인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무한경쟁이라면 삶을 포기하고 싶더라."

이현주 목사는 "꼴찌도 당당하게 허리 펴고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자는 잘하는 사람은 상을 주지 말라고 했는데, 원래 잘하는사람한테는 상을 주지 않아도 된다"면서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논리로는 지옥만 만든다"고 말했다.

이현주 목사는 13일 저녁 창원 소재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서 강연했다.
ⓒ 윤성효
인권대학

이현주 목사는 나눔을 강조했다. 그는 "그릇이 쓸모 있는 이유는 비어 있기 때문"이라며 "꽉 찬 그릇은 다른 것으로 쓸 수 없다. 사회도 그렇다. 많이 가진 사람들은 더 가지려고 하는데, 그것이 자기 죽는 길인 줄 모르고 억지로 빼앗아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목사는 몇 년 전 남원에서 한 공학박사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공학박사는 독일에서 유학했는데, 독일의 한 장애인 이야기를 해주었다는 것.

"사람은 신체의 어느 부위가 아프면 거기에만 신경을 쓴다. 암에 걸리면 모든 신경이 거기에 가 있다. 아프지 않는 부위로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는데 말이다. 독일에서 한 처녀가 신체 중 목 아래가 마비되었다고 한다. 머리와 얼굴만 온전했던 것이다. 얼굴과 머리만으로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웃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울 수 있겠더라는 것. 그랬더니 저절로 웃음이 나오더라고.그 뒤부터 공장 노동자들이 다니는 골목에 침상을 갖다 놓고 거기서 매일 출퇴근 시간에 노동자들을 만나 웃고 울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다치지 말고 일을 잘 하라는 덕담도 나누었다고 한다. 매일 인사하며 행운을 빌어주었는데, 나중에는 소문이 났다. 노동자들은 '어떻게 저런 몸을 갖고도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느냐'며 감동했다는 것이다. 하루는 그가 골목에 나오지 않았는데 숨을 거두었던 것이다. 장례식날 모든 공장이 문을 닫고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이현주 목사는 "하느님은 나누면 더 많은 것을 준다"며 "경쟁 안해야 더 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부 못해서 꼴찌 했던 둘째딸 이야기를 했다.

"딸이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를 갔다. 몇 달 지나 전화가 왔는데, 중간고사에서 꼴찌를 했다고 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랑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감기가 들었다며 핑계도 대더라. 딸은 중학교까지 다니는 동안 하는 것을 보면서 '언젠가는 꼴찌 할 줄 알았다'는 생각을 했다. 한 장의 상도 받아본 적이 없고, 전근상도 못 받았다. 어떤 아이들은 6년 개근상도 받던데. 6년 개근하는 사람이 인간인가 괴물인가. 어떻게 6년 동안 한 번도 아프지 않을 수 있나. 인간적이지 않는데 상을 준다는 것도 이상하다. 그 딸에게 잘했다고 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니까, 일부러 꼴찌 하려고 한 것이 아닐 것이기에 점수에 얽매이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누군가 1등 하면 다른 누군가는 꼴찌를 해야 한다. 자기 아이가 꼴찌 했는데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아버지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기분이 좋았다. 딸은 그 사실에 대해 숨기거나 감추지 않고 우물쭈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으니까. 건강하게 커서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서로 다름의 인정'에 대해 설명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좋다. 다르니까 기분 나쁜 게 문제다. 모든 것은 변두리로 나갈수록 다양해지고 중심으로 들어올수록 단순하고 비슷해진다. 두 사람이건 여러 사람이건 바깥으로 나가면 다르게 보이고 중심으로 가면 같다. 가령 두 사람의 눈과 심장을 꺼내 놓고 보면 누가 누구 것인지 모를 것이다. DNA 검사를 하지 않는한 모를 것이다. 그것처럼 중심으로 들어가면 다 같다. 그런데 바깥으로, 변두리로 가면 피부색깔도 다르고, 겉모습도 다르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다 같다."

이현주 목사는 2005년 한 출판사에서 법륜 스님과 동시에 책을 내고 같이 출판기념회를 연 적이 있다. 당시 행사에는 불교인과 기독교인들이 참석했다.

"한 라디오 기자가 와서 묻더라. 크리스찬과 불자들이 많이 왔는데 다른 종교인이 와서 하는 행사의 주인공인데 소감이 어떠하냐고 묻더라. 그래서 '기자가 볼 때는 크리스찬과 불자도 많이 보일지 모르지만 제가 볼 때는 사람이 많이 왔네요'라고 했다. 스승인 예수님이 '당신 누구요'라고 물으면 '사람이다'고 말한다. 중국인도 베트남인도 남자도 여자도 아니고 사람이다. 변두리도 봐야 하지만 중심도 봐야 한다. 그래서 눈이 두 개다. 중심과 겉을 함께 보라고, 안과 밖을 같이 보는 것이다. '빛과 어둠이 둘이 아니다. 그러나 하나도 아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명박 정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목사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오래 전 한 신문에 칼럼을 쓰면서 이 세상에 빨리 망해야 할 두 나라가 있다고 했다. 망하면 좋은 나라로 대한민국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을 들었다. 이 나라는 동족을 분열시키고 만들었다. 동족을 찬양하면 감옥에 가는 나라다. 처음 동기부터 불순하고 건강하지 못하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이 나라 국민들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 한 마디에 표를 주었다. 사람보다 돈이다. 돈을 벌게 해주면 좀 거짓말해도 된다는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선거에서 된 것 아니냐. 어느 나라건 멸망할 즈음에는 거기에 맞는 왕이 나타났다. 그래서 망할 짓을 한다. 신라며 고려가 망할 때도 그랬다. 한 나라가 망하는 것은 희소식이다. 새로 건강한 나라가 선다는 것이다. 새로운 건강한 나라가 생겨난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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